[기사]"장애를 껴안으면 능력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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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7,510회 작성일 10-09-09 18:24본문
[장애를 껴안으면 능력이 보입니다] [13] 지적장애인 13명 일하는 '경신U&L'
세탁·다림질 대행하는 회사 1개월 인턴과정 거쳐 채용
"훈련 거치면 일처리 잘해… 장애인만의 장점 알게 돼"
"행주 쌓이는 거 안 보여? 빨리빨리!"
인천 가좌동의 세탁업체 '경신U&L' 공장. 붉은 티셔츠를 입은 안영수(30·지적장애 3급)씨가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동료 장애인 직원들을 기운차게 재촉했다. 눈과 입으로 동료들의 '근태(근무태도)'를 감독하면서, 손으로는 대형 다림질 기계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행주를 착착 정돈했다. 그는 동료 장애인 직원들을 감독하는 '반장' 역할을 맡고 있다.
경신U&L은 외식업체 직원 유니폼과 냅킨·테이블보 등을 제작·판매하고 세탁과 다림질을 대행하는 회사다. 현재 전체 직원 36명 중 14명이 장애인(지적장애인 13명·지체장애인 1명)이다.
안씨는 2008년 이곳에 입사했다. 입사 전에는 3년간 학용품 공장과 주유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그는 "언제까지 일용직 일자리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생각에 진득하게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알아봤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 노틀담복지관에서 안씨를 이곳에 소개했다.
▲ 인천 가좌동‘경신U&L’공장에서 박경만 대표(맨 뒤 가운데 안경 쓴 사람)가 장애인·비장애인 직원들과 어울려 활짝 웃고 있다. 맨 왼쪽이‘호랑이 반장’안영수씨.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 회사 업무는 서서 하는 일이 많은 까닭에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은 힘들어했지만, 신체가 건강한 지적장애인들은 일정한 훈련만 거치면 업무를 잘 처리했다. 안씨 같은 지적장애 3급(지능지수 55~70)의 경우, 지적 능력은 유치원생~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지만 일상생활은 남의 도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책임감이 강하고 잔꾀를 부릴 줄 몰라 단순업무는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잘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장애인의 '단점'이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시키면 당황해서 갈피를 못 잡고는 했다. 그래서 비장애인 직원이 디자인·봉제를 맡고, 장애인 직원은 세탁·건조·다림질을 맡도록 업무를 나눴다.
또 세탁이면 세탁, 다림질이면 다림질하는 식으로 한 번에 한 가지 업무만 맡겼다. 안씨처럼 비교적 장애가 가벼운 직원 4명에겐 '반장' 역할을 맡겼다. 반장들은 '세탁→건조→다림질'로 이어지는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자기 일을 하면서 동료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다.
경신U&L은 장애인을 고용할 때 반드시 1개월의 인턴 기간을 둔다. 일할 능력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을 뽑았다가 직원과 회사가 양쪽 다 난처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1년 전 반장이 된 안씨는 공장에서 '호랑이 반장'으로 통하고 있다. 딴청 피우는 동료 직원에게 "똑바로 안 해!"하고 불호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이라고 적당히 봐주는 건 오히려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료 직원 권영순(30·지적장애 3급)씨는 "영수가 무섭긴 해도 일 하나는 똑바로 잘한다고 모두가 인정한다"고 했다.
이 회사 박경만(43) 대표는 "2003년 처음 장애인을 채용할 때는 '장애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봉사 의미가 강했는데, 갈수록 장애인만의 장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
세탁·다림질 대행하는 회사 1개월 인턴과정 거쳐 채용
"훈련 거치면 일처리 잘해… 장애인만의 장점 알게 돼"
"행주 쌓이는 거 안 보여? 빨리빨리!"
인천 가좌동의 세탁업체 '경신U&L' 공장. 붉은 티셔츠를 입은 안영수(30·지적장애 3급)씨가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동료 장애인 직원들을 기운차게 재촉했다. 눈과 입으로 동료들의 '근태(근무태도)'를 감독하면서, 손으로는 대형 다림질 기계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행주를 착착 정돈했다. 그는 동료 장애인 직원들을 감독하는 '반장' 역할을 맡고 있다.
경신U&L은 외식업체 직원 유니폼과 냅킨·테이블보 등을 제작·판매하고 세탁과 다림질을 대행하는 회사다. 현재 전체 직원 36명 중 14명이 장애인(지적장애인 13명·지체장애인 1명)이다.
안씨는 2008년 이곳에 입사했다. 입사 전에는 3년간 학용품 공장과 주유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그는 "언제까지 일용직 일자리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생각에 진득하게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알아봤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 노틀담복지관에서 안씨를 이곳에 소개했다.
▲ 인천 가좌동‘경신U&L’공장에서 박경만 대표(맨 뒤 가운데 안경 쓴 사람)가 장애인·비장애인 직원들과 어울려 활짝 웃고 있다. 맨 왼쪽이‘호랑이 반장’안영수씨.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 회사 업무는 서서 하는 일이 많은 까닭에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은 힘들어했지만, 신체가 건강한 지적장애인들은 일정한 훈련만 거치면 업무를 잘 처리했다. 안씨 같은 지적장애 3급(지능지수 55~70)의 경우, 지적 능력은 유치원생~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지만 일상생활은 남의 도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책임감이 강하고 잔꾀를 부릴 줄 몰라 단순업무는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잘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장애인의 '단점'이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시키면 당황해서 갈피를 못 잡고는 했다. 그래서 비장애인 직원이 디자인·봉제를 맡고, 장애인 직원은 세탁·건조·다림질을 맡도록 업무를 나눴다.
또 세탁이면 세탁, 다림질이면 다림질하는 식으로 한 번에 한 가지 업무만 맡겼다. 안씨처럼 비교적 장애가 가벼운 직원 4명에겐 '반장' 역할을 맡겼다. 반장들은 '세탁→건조→다림질'로 이어지는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자기 일을 하면서 동료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다.
경신U&L은 장애인을 고용할 때 반드시 1개월의 인턴 기간을 둔다. 일할 능력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을 뽑았다가 직원과 회사가 양쪽 다 난처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1년 전 반장이 된 안씨는 공장에서 '호랑이 반장'으로 통하고 있다. 딴청 피우는 동료 직원에게 "똑바로 안 해!"하고 불호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이라고 적당히 봐주는 건 오히려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료 직원 권영순(30·지적장애 3급)씨는 "영수가 무섭긴 해도 일 하나는 똑바로 잘한다고 모두가 인정한다"고 했다.
이 회사 박경만(43) 대표는 "2003년 처음 장애인을 채용할 때는 '장애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봉사 의미가 강했는데, 갈수록 장애인만의 장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